[한국의 자연환경 ②] 바다 — 3면의 바다가 만든 자원과 경쟁력

1편에서는 강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 2편에서는 한반도를 감싼 삼면의 바다, 그 사이에 숨은 갯벌,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항만 산업까지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

1. 같은 나라, 다른 바다 — 동해·서해·남해

세 바다는 겉보기엔 하나로 이어져 있지만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동해는 약 1500만 년 전 일본 열도가 한반도에서 갈라져 나가며 생긴 분지에 물이 채워진 바다로, 평균 수심이 1,500m가 넘는 깊은 바다입니다. 담수 유입이 적어 염분 농도가 높고, 해안선이 단조로우며, 조수간만의 차도 1m 이하로 크지 않습니다.

서해(황해)는 정반대입니다. 평균 수심이 40~50m 남짓으로 얕고, 한강·금강 등 한중 양국의 하천에서 흘러드는 담수의 영향으로 염분 농도가 낮습니다. 무엇보다 수심이 얕은 대륙붕에 동중국해 쪽 조석이 밀려들면서 조수간만의 차가 2~4m에 달하고, 서해안 일부 지역은 최대 9m 안팎까지 벌어지기도 합니다.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이렇게 큰 덕분에 서해에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넓은 갯벌이 발달할 수 있었습니다.

남해는 동해와 서해의 특징이 뒤섞인 데다, 다도해라는 별명처럼 크고 작은 섬이 촘촘하게 박혀 있습니다. 빙하기 이후 해수면이 상승하며 하천 계곡이 바닷물에 잠겨 만들어진 리아스식 해안 특유의 복잡한 굴곡 덕분에 파도가 잔잔한 만이 많아 김·전복·굴 등 양식업이 특히 발달했고, 난류의 영향으로 수온이 따뜻해 생물종도 다양합니다.

동해·서해·남해의 경계는 법으로 명확히 정해진 게 아니라 관행적 구분에 가깝습니다. 이처럼 한 나라 안에서 수심도, 염분도, 조수간만의 차도, 해안선의 생김새도 전혀 다른 세 바다를 동시에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한국 자연환경의 독특한 지점입니다.

2. 갯벌 — 세계가 인정한 생명의 땅

한국의 서·남해안 갯벌은 유럽 북해 와덴해, 미국 조지아 연안, 캐나다 동부 연안, 아마존 하구와 함께 흔히 '세계 5대 갯벌'로 꼽힙니다(간혹 '4대 갯벌'로 소개되기도 하지만, 국내 해양 연구기관들은 대체로 5대 갯벌로 분류합니다). 국토 면적의 2.5%에 불과한 약 2,482㎢ 규모지만 1,000여 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해, 같은 세계자연유산인 와덴해(약 400종)보다도 생물다양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2021년 유네스코는 서천·고창·신안·보성-순천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1차 등재했고, 2026년 7월 부산에서 열린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여수·고흥·무안·서산 갯벌을 추가하는 2단계 확대 등재를 최종 승인했습니다. 이로써 '한국의 갯벌'은 6개 구성요소, 유산지대 약 156,386ha 규모의 연속유산으로 재편됐습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 갯벌이 황해(서해의 국제 공인 명칭) 생태계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의 핵심 서식지로서 멸종위기종 보전에 기여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갯벌의 값어치는 풍경 이상입니다. 갯벌은 육상과 바다를 잇는 완충지대로서 육지에서 흘러드는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자연 정화조 역할을 하고, 태풍이나 폭풍해일이 밀려올 때 그 충격을 흡수해 연안 침식과 재해 피해를 줄여줍니다. 또한 조개류·게·갯지렁이 등 저서생물과 어류의 산란장 역할을 하는 수산자원의 보고이며, 해양수산부 연구에 따르면 국내 갯벌은 연간 최대 49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추정돼 '블루카본' 자원으로도 주목받습니다. 국내 한 연구는 갯벌 1㎢의 가치를 연간 약 4억 원, 전국 갯벌 전체로는 연간 약 10조 원 규모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1970~1990년대 새만금 등 대규모 간척·매립 사업을 거치며 국내 갯벌 면적은 상당 부분 줄어들었습니다. 최근에는 남은 갯벌을 지키고 훼손된 갯벌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세계유산 등재와 함께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갯벌 보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과제입니다.

3. 항만이 만든 힘 — 수산업·조선업·해운의 허브

삼면의 바다는 산업의 무대이기도 합니다. 부산항은 2025년 컨테이너 물동량 2,488만TEU를 처리하며 3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이 중 절반이 넘는 1,410만TEU가 환적 화물이었습니다. 그 결과 부산항은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2위 환적 허브항 지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환적항이란 화물이 최종 소비되는 곳이 아니라, 다른 배로 갈아타기 위해 잠시 거쳐 가는 항구를 말합니다. 즉 부산항은 한국의 무역만이 아니라 동북아 전체 물류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조선업도 바다가 키운 산업입니다. 최근 몇 년간 척수·물량 기준으로는 중국이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한국은 LNG운반선·초대형 컨테이너선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수주 잔량 기준 세계 2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 조선소들의 척당 평균 건조량(CGT)은 중국의 약 두 배에 달할 만큼, '양보다 질' 전략으로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촘촘한 리아스식 해안과 다양한 어장을 낀 수산업, 그리고 원자재를 수입해 제품을 실어 나르는 해양교역까지 더하면 그림은 더 뚜렷해집니다. 무역의 대부분을 해상운송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 구조상, 부산항·인천항·광양항 등 주요 항만은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 같은 수출 산업의 실질적인 관문 역할을 합니다. 삼면의 바다는 결국 원양어업부터 양식업, 조선, 해운, 항만물류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셈입니다.

4. 바다가 없다면 — 44개국이 겪는 일

전 세계 195개국 가운데 바다에 접하지 않은 내륙국은 44개국에 달합니다. 몽골, 볼리비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라오스 등이 대표적이며, 이 중 우즈베키스탄과 리히텐슈타인은 이웃 나라마저 모두 내륙국이라 바다를 보려면 국경을 두 번 넘어야 하는 '이중내륙국'입니다.

내륙국은 물류의 가장 저렴한 수단인 해상운송을 이용할 수 없어, 이웃 나라의 항구를 비싼 값에 빌려 써야 하고 그 나라의 물류 인프라 사정과 정치적 관계에 따라 무역 경쟁력 자체가 좌우됩니다. 실제로 유엔은 이런 나라들을 별도로 '개발도상 내륙국(LLDCs)'으로 분류해 국제사회의 지원 대상으로 삼고 있을 정도입니다.

한국은 지리적으로는 대륙에 붙어 있으면서도 삼면이 바다로 열려 있어, 대륙과 해양 양쪽으로 교역할 수 있는 이점을 동시에 누립니다. 바다를 가진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국가 경쟁력인 셈입니다.

5. 숫자로 보는 한국의 바다

국립해양조사원이 2026년 발표한 제2차 해안선 변화조사(2021~2025) 결과, 우리나라의 총 해안선 길이는 15,270.4km로 2014년 조사(14,962.8km)보다 307.6km 늘었습니다. 지구 둘레(약 4만192km)의 약 38%에 해당하는 길이입니다. 국토 면적이 한국의 약 4배에 달하는 섬나라 일본의 해안선 총 길이가 조사기관에 따라 약 3만~3만6,000km로 추정되는 점과 비교해 보면, 국토 면적 대비 한국의 해안선 밀도가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좁은 국토에 비해 해안선이 이렇게 긴 것은 서·남해안에 발달한 복잡한 리아스식 해안과 3,0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섬 덕분입니다. 실제로 전라남도 한 곳의 해안선만 전체의 45%를 차지할 정도로 남해안의 굴곡은 남다르며, 이 중 자연 그대로의 해안선은 약 63%, 방파제·항만 등으로 조성된 인공 해안선이 나머지 37%를 차지합니다.

마무리하며

대한민국의 바다는 하나의 모습이 아닙니다. 깊고 푸른 동해, 얕고 넓은 갯벌의 서해, 수많은 섬과 만이 이어지는 남해. 이 세 바다가 서로 다른 자연환경을 만들어냈습니다.

강이 안겨준 물이 '생존의 조건'이었다면, 바다는 '기회의 조건'에 가깝습니다. 삼면의 바다가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기에 갯벌이라는 생태 자산이 자라났고, 그 바다를 향해 열린 항만 덕분에 자원 하나 없던 나라가 조선·해운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바다는 단순하게 국토의 가장자리를 마무리하는 종착지가 아닙니다.
한국의 바다는 국토의 경계선이 아니라 세계로 향해 뻗어나가는 출발선의 시작입니다.

다음 3편에서는 국토의 70%를 차지하는 산으로 이어갑니다. 산이 물을 가두고, 그 물이 다시 우리 밥상과 생활 곳곳에 스며드는 과정을 다뤄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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